2014년 1월 13일 월요일 KBS1TV의 인간극장 '득량만에 깃들다'에서는 요즘 시골 농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득량만이라 바다 내음이 조금 전해질지 알았는데 1부에서는 바다가 없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만 담겼습니다. (원거리에서 해안이 잠깐 보이기는 했습니다.)

 

 

평소 대한민국 시골의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방송에 나온 장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푸근하고 행복했습니다. 정작 풍경 속에 담긴 농부들은 힘이 들었을테지만 말입니다.

 

< 농부의 겨울나기 >

 

문선례 (71) - 어머니

이준철 (35) - 남편

이미란 (35) - 아내

이규빈 (12) - 첫째

이수빈 (10) - 둘째

이찬빈 (7) - 섯째

이강빈 (6) - 넷째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수동마을 주민 여러분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내년 농사를 준비하며 밭일을 하던 이준철 씨 부부와 어머니.

집 안으로 들어오면 아이들이 열심히 뒹근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여섯살 때는 알지못하던 것을 알게된 일곱살 찬빈은 엄마가 씻겨주는 것에 대범하지만, 일곱살 인생을 미처 알지못하는 여섯살 강빈은 요리저리 도망치다 엄마 손에 이끌려 목욕을 하게 됩니다.

 

 

열두살 규빈과 열살 수빈은 손발이 척척 맞는 친구같은 자매로 엄마를 거들어 상차리는 것을 돕습니다.

농촌에서는 이런 고사리손들이 큰 힘이 됩니다.

농부의 고단한 하루는 아이들의 숟가락과 더불어 저물어가고,

 

 

어둠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잠이 들 때쯤, 농부 이준철 씨는 찬바람을 맞으며 축사로 나가 30마리 소들의 주린 배를 채워줍니다.

 

 

이준철 씨는 소를 기르는 것 외에도 표고버섯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표고버섯을 기르는 장면을 보면 참나무에 구멍을 내고 버섯균을 넣어 길렀었는데, 이준철 씨 부부가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표고버섯은 사각형 모양의 스폰지(버섯균과 톱밥을 압축된 형태? 잘 모르겠네요) 같은 것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혼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도 부부가 마주보며 할 수 있어서 훨씬 수월하고 행복합니다. 

 

 

김장을 위해 남겨둔 배추를 뽑는 날, 보슬보슬 비가 내립니다.

 

 

서둘러 어머니댁 마당으로 달려가서 내년에 종자로 쓸 볍씨(?)에 비닐을 덮고, 메주도 처마에 매달아둡니다.

 

 

이제 겨울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일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김장을 담그는 일입니다. 농부의 집에서는 150포기 정도 김장을 한다고 하니 김장을 담그는 일이 엄청난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대덕 오일장에 나간 부부와 어머니.

김장에 쓸 젓갈과 재료들을 가득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김장 담그기 행사를 시작합니다.

날씨가 조금 추웠던지 이날은 얼음이 살짝 얼었습니다.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양념. 김치 양념에 갈치도 갈아넣더군요. 이 때문에 이곳이 보통의 농촌이 아니라 득량만 해안가에 있는 농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갈치를 갈아넣은 김치 양념. 과연 어떤 맛이 날까요?

 

 

소금에 절인 150여 포기의 배추.

많은 김치를 담그는 분이 트럭의 짐칸을 이용하는 것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이준철 씨네도 이렇게 트럭의 짐칸을 이용해 소금에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립니다.

 

이준철 씨의 김장담그기가 시작되자 고무장갑을 끼고 하나둘 찾아드는 수동마을 이웃들. 수동마을에서는 이렇게 김장을 할 때 이웃과 함께 한다고 하니,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의 김장 문화가 명맥이 끊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장을 마친 뒤 이웃과 함께 나누는 돼지고기 보쌈과 막걸리.

김치 담그기는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조촐한 잔치가 되었습니다.

 

 

이제 농부의 겨울나기 준비는 대충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를 기르고 비닐하우스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니, 이번 겨울도 농한기가 아니라 여전히 농번기가 될 것입니다.

 

 

6년 전까지 이준철, 이미란 부부는 도시에서 살았지만, 시골 들판에서 엄마젓을 먹으며 자란 이준철 씨는 들판을 자유롭게 뛰놀던 들개의 기억을 잊지못하고 결국 농부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득량만이 보이는 넓은 대지 위를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거닐 것입니다.

 

인간극장 '들량만에 깃들다' - 득량만 농사꾼 가족 <-- 소개글 보러가기

 

 

-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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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