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모처럼 등산을 하면서 김천시 교동 연화지에 들렀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었지만 연꽃들이 활짝 반겨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계절은 언제나 정직한 법.

계절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생명들은 다음을 기약하기 힘든 것이 자연이 섭리이니, 이를 거역하는 생명은 거의 없습니다.

 

 

8월말에 연화지를 방문했을 때는 신나게 먹이를 찾던 새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습을 감췄고,

 

 

나무들도 조금씩 잎사귀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못에는 풍성하던 연잎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미련없이 잎을 떨궈냈고

 

 

스스로 목을 꺾은 커다란 연잎들은 물의 촉촉한 기운을 받은 까닭에 말라 비틀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연잎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었지만

  

 

이들도 이제 곧 떠날 때임을 알고 있습니다.

 

 

가을에 화려하게 절정을 이루는 은행잎들만이 황금시대를 축북합니다.

 

 

쓸쓸한 늦가을 연화지 풍경에 더욱 쓸쓸함을 더하는 것은

 

 

바로 공사 중인 봉황대 입구였습니다.

 

 

봉황대로 들어가는 문이 언제나 잠겨있다고 생각할 때는 

잠겨있는 문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열린 문을 통해 봉황대로 한번 들어가보고 나니

 

 

그 문이 언제나 열려있기를 바라게 된 것입니다.

 

 

많은 곤충들의 목숨으로 큼지막하게 자란 거미.

 

수줍게 피어난 연꽃과 환하게 웃음짓는 연잎 - 김천시 교동 연화지

 

자신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모두 떠나고나면 이 거미도 자연의 숨결에 맞춰 생을 마감할 것입니다.

가을은 낮은 곳으로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생명들을 보며,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경건한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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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