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더...
사지육신 멀짱한 이들은 가끔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 '정신의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더 심하다' 말한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이나 육체적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고, 느끼는 고통의 강도도 시시각각 다를진데 어찌 그러한 평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 하나가 다른 사람의 부러진 다리보다 더 아프고, 한 끼 굶은 내 배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난민들의 배보다 더 허하니, 내 육신과 정신을 압박하는 아픔들이 다른 이들의 아픔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육체의 고통과 정신의 고통 중 어느 것이 더 힘들까?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신과 육체는 하나이기에 지금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이 가장 심한 것이요, 지금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고통이 가장 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극한 상태에 빠진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고통보다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육체에 가해지는 약한 고통은 정신을 자주 압박하지만, 정신에 가해지는 약한 고통은 육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신은 어느 순간 멍하게 그 고통에서 빗겨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정신'을 강조한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육체에 담긴 값진 보석일따름이니 육체가 다치면 그 보석도 상하기 마련이다.
자, 이제 값진 내 몸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주도록 하자.
"정신의 고통은 육체의 고통보다 더 고약하다." - 푸블릴리우스 시루스
2008년 10월 26일
-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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