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다 떨어져가서 지난 주에 20kg 쌀을 구입했습니다.

예전 부모님께서 시골에서 쌀농사를 지으셨을 때는 쌀을 사먹는다는 것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염치없는 자식입니다ㅠㅠ)

부모님께서 쌀농사가 점점 힘에 겨워지던 때에, 어머님께서 쌀농사를 마무리하고 도정을 마친 뒤 자식들에게 농사지은 쌀을 모두 부치시고 난 뒤 그날 밤 중풍으로 쓰러지시면서, 더 이상 힘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셨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쌀 한 톨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 뒤부터는 줄곧 쌀을 사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쌀을 사먹어보니 부모님께서 정성스럽게 농사지으신 쌀의 맛과 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곳의 기후와 매일 정성스럽게 논을 돌보던 정성과 오랜 경험 때문이기도 할테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타국의 쌀이나 묵은 쌀이 섞어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쌀을 구입할 때는 한번 먹어보고 괜찮으면 그 쌀을 꾸준히 구입하려고 했는데, 구입했던 이름을 가진 쌀의 가격이 갑자기 높아졌거나 그 이름을 가진 쌀을 찾아볼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다른 쌀을 구입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쌀도 처음 구입하는 쌀로 (주)쌀집총각에서 판매하는 대나무향미(米)입니다. 사진을 보니 청년 세 명이 쌀을 구입한 뒤 가공해서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 (주) [주식회사]가 붙은 것은 조금 과장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먹던 쌀이 남아있어) 구입한 쌀 자루를 뜯어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구입한 분들의 글을 읽어보니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판매하는 쌀은 '원산지 증명서'가 붙어있어 조금 신뢰를 주고 있습니다. 비록 원산지 증명서가 쉽게 위조되고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는 뉴스를 여러번 접했기에, 이 원산지 증명서가 그렇게 중요한 구매 요인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쌀을 구입하다보면, 자칫 실수로 잘못 구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입혼합쌀, 국내산쌀, 수입쌀 등의 표기때문입니다.

 

▲ KBS1TV 소비자 리포터 中

 

수입쌀과 국내산쌀을 혼합한 쌀을 혼합비율에 상관없이 국내산으로 큼지막하게 표기하거나, 원산지를 속여 100% 국내산으로 표기한 뒤 수입쌀을 섞어 판매하기도 한다니......

 

중부일보 '중국산 900여t 들여와 포대만 바꿔 국산 둔갑  <-- 기사보러가기

 

쌀 구입시 실수하기 쉬운 다른 것은 바로 묵은 쌀을 구입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입하는 쌀이 '묵은 쌀'이라는 사실을 알고 싼 가격 때문에 구입한다면 상관없지만, 당연히 2013년 수확된 쌀로 생각하고 2012년 이전에 수확된 묵은 쌀을 구입하게 된다면 몹시 화가 날 것입니다.

 

현재 2013년에 수확된 20kg 국내산 혼합쌀(백미)은 인터넷 기준으로 4만원 정도합니다. (천쌀이나 진천쌀 같은 명품이란 이름이 붙은 쌀들은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혹시 인터넷에서 3만원 초반대의 쌀을 보게 된다면 이 쌀은 수입쌀이 혼합된 쌀이거나 수입쌀, 혹은 묵은 쌀일 것입니다.

 

▲ 농림축산식품부 - 쌀 관세화 유예 종료, 2015년 쌀 시장 전면 개방 관련 특별 페이지

 

농부들이 흘린 땀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조금 비싼 쌀이라도 주저없이 사먹어을 수 있지만, 특정 쌀이 더 낫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으니... 언제나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의 쌀을 구입하게 됩니다.

 

2015년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될 예정입니다.

10년 전에 이미 약속했던 일이니 지금 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국내 가정에서 쌀을 구입하는 경우 대부분의 가정에선 수입쌀을 구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내쌀이 확실히 수입쌀보다 밥맛이 좋고 쌀의 찰기도 좋기 때문입니다.

2013년 기준으로 밥쌀용 수입쌀은 12만t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많은 수입쌀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가정에선 국내산 쌀을 선호하고 구입할텐데...

그렇다면 수입된 12만t의 상당량이 국내산으로 둔갑했거나 섞여서 판매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2015년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수입쌀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업체들이 상당히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쌀을 들여온 쌀은 그냥 묵혀 두지는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소진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생겨날 것입니다.

 

대량으로 수입된 수입쌀이 국내쌀로 둔갑해서 은밀하게 팔리는 것을 철저하게 단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만약 이른 단속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국내쌀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되고 쌀농사를 짓는 분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농자천하지대본.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먹을꺼리입니다. 그리고 그 먹을꺼리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쌀입니다.

그 쌀을 소중하게 키워내는 우리 땅과 하늘, 그리고 농부들에게 오늘,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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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