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이트에서 관련 기사를 봤을때 단순한 가십거리로 생각했다. 미국에 소개된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앵커가 웃으며 관련 뉴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도 가십거리가 좋아서 이 뉴스를 살펴본 것이었다. 가십의 특성상 아주 간략한 소개만 되어있어, 건물 어디에 어떻게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인지 자꾸 궁금해졌다. 짧은 영어실력 탓인지 검색해 찾아낸 글들은 대부분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조금 깊이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데일리메일 뉴스에서다. 사전을 뒤져가며 부족한 영어로 대충 해석해본다. 여전히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공간없이 건축 중이라는 사실만 알려줬다. 내 궁금증을 풀어줄 마땅한 사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진을 보여줄 수 없는 것 아니던가.

  

 

내 호기심은 어느새 왜 이런 어리석은 일이 벌어졌는가하는 궁금증으로 변해있었다.

 

스페인 알리칸테(Alicante)주 베니돔이라는 도시에 건설중인 47층 초고층빌딩, 인템포(In Tempo). 바로 이 건물이 엘리베이터 공간이 없이 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건물이다. 애초 20층 높이로 설계되었지만, 건축주가 무리하게 밀어부치며 47층 높이로 건축변경을 했다고 한다. 이 빌딩 건설이 시작된 시기는 2007년. 아름다운 해안도시인 베니돔에 빌딩 건설붐이 한창 불던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엘리베이터 공간을 생각하지않고 47층의 건물을 설계할 수 있고, 빌딩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설령 건축디자이너가 잘못디자인했다해도, 승인하고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이 건물에 처음 투자를 한 가이샤 갈릭시아(Caixa Galicia)의 담당자들도 여러 명 있었을 것이다. 건물을 짓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 설계를 살펴보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스페인 엘리베이터 빌딩에 관한 잘못이나 가십성 얘기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문제의 내면을 좀더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이 빌딩은 94% 완공이 이뤄진 상태에서 아파트가 35%가 팔렸다고 한다. 이 빌딩에 대한 권한은 2012년 가이샤 갈릭시아(Caixa Galicia)에서 스페인 배드뱅크(SAREB. 은행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가 설립.)로 넘어갔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공간없이 지어지고 있는 초고층빌딩. 은행의 무리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가 불러운 당연한 결과다. 이 빌딩의 건설시작 시기가 2007년이니, 2008년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성공적인 투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일하고 과욕에 사로잡힌 자본(은행)의 부정부패(이런 사건의 이면에는 분명 부정부패가 있기 마련이다.)가 야기시킨 당연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은 부실화되고 힘겨운 서민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 빌딩의 건설노동자들은 몇달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공간은 없지만 외형적으로 멋지게 올라가고있는 빌딩. 이런 빌딩이 과연 튼튼하게 지어지고 있을까하는 의심도 든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무리한 투자와 건설때문에 곤혹을 치르고있는 사례가 많이 있다. 용산개발사업, 최근 정상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지상 68층의 송도 동북아트레이드타워. 그 외에도 언론화되지 않은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자본을 묵혀 둘 수는 없는 것이고 투자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불법이나 비리같은 이권이 개입되어 진행되는 무리하고 부실한 건설과 투자인 것이다. 백년은 못되더라도, 몇십년 정도는 내다볼 수 있는 현명한 건설과 투명한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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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ZM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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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