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그대와 해로하고 싶어라' - 그리운 고향, 늙으신 부모님

 

2013년 12월 9일 월요일. KBS1TV 인간극장 '그대와 해로하고 싶어라'편은 고향에서 생활하시던 부모님을 떠올려 아련한 그리움을 싹트게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방송이었습니다.

 

 

농촌에 살아본 추억이 없는 분이라도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분들은 저처럼 찡한 그리움을 느끼신 분들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경북 예천군에 살고 계신 권병관(91), 윤사연(85) 부부.

노인의 가장 힘든 세가지가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두 분의 일상은 아주 평화롭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몸에 큰 병이 없고 부지런한 탓에 먹고 살만하고, 부부가 함께 있으니 외롭지않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할일이 있으니...

이대로 건강만 잘 챙기신다면, 두 분은 행복한 백년해로를 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식들이야 부모님이 힘드시다며 일을 그만하라고 말씀드리지만,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부모님이 농삿일을 하지 못하면 얼마나 심심하실까요. 물론 힘든 일은 피하고 소일거리로 조금씩 농사를 지으신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오랫동안 습관화된 부지런함으로 부모님들은 자칫 무료할 수도 있는 삶을 그 분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계신 것이니, 자식의 가슴은 무거워도 이해하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겠죠.

 

 

위에 있는 캡처 이미지를 보면 깨를 수확해 깨알을 털어내는 장면과 수확한 벼 낟알을 말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깨를 수확해 거둬들이는 일도 힘든 일이지만, 벼 낟알을 말리는 과정은 더욱 힘든 작업입니다. 포대에 담겨진 것들을 꺼내서 햇볕에 말리고(중간중간 낟알을 뒤집어줘야하고) 해가 질때쯤 포대에 담았다가(? 날씨가 좋고 벼를 말릴 공간이 충분하다면 그냥 두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다음 날 다시 말리고...

이러니 쌀톨이라도 어찌 허투루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운 고향 풍경이 나오니 많은 상념이 쏟아져나옵니다.

이 뒤부터는 방송내용 위주로 거침없이 진격하도록 하겠습니다.  

 

커피믹스 하나에 설탕을 두 스푼 더 타서 밥과 함께 드시는 권병관 할아버지.

저도 어린 시절 커피를 처음 마실때 밥그릇에 커피를 타서 숟가락으로 떠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텃밭에 있는 고추를 따는 윤사연 할머니.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는 길고양이 새끼를 내려주기 위해 사다리는 오르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덕분에 땅으로 내려온 길고양이 새끼는 울음을 그치고 부지런히 어미를 따라 갑니다.

 

 

아직도 오토바이(스쿠터)를 타고 다니시는 할아버지.

 

 

연세가 많아 오토바이 타는 것이 걱정되지만, 허리가 아파 걷지를 못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신다니, 항상 조심해서 천천히 다니시라는 말씀 밖에 드리지 못하겠네요.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뒷짐을 지고 다니시는 까닭을 알지못했는데, 뒷짐을 지게되면 허리가 굽어 앞으로 쏠린 무게 중심을 조금이라도 뒤로할 수 있고, 아픈 허리를 감싸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예전엔 생각해보지 않았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저절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는 허리가 아프면서도 벼농사를 많이 짓고 계셨습니다.

"일은 많이 해도 괜찮은데 허리가 아파서 걷지를 못해."

농사일이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괜찮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벼농사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특히 손으로 벼를 베는 일은 쉽지않은 일입니다.

콤바인으로 수확하라고 자식들이 돈을 줬다는데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접 베는 수고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농사를 지어서 벌어들인 돈 천만원을 근처 어른들에게 기부(?)하셨다고 합니다.

 

 

TV 리모컨을 작동시키지 못해 제작진에게 KBS1TV로 맞춰달라고 부탁하시는 할아버지.

자녀분들이 리모컨에 꼼꼼하게 숫자를 적어놓았지만, 역시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라 작동에 어려움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심심함을 달래줄 유일한 존재 텔레비전. TV 화면이 나오자 할머니의 얼굴이 금방 환해지셨습니다.

 

 

제작진을 위해 저녁상을 차리시는 할머니.

평소에 상에 오르지않던 비밀 음식들이 만들어집니다.

 

 

해가 저물어가자 밥 안먹을거면 가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제작진은 밥상에 앉게 됩니다.

"조금만 주세요. 할머니."

한 공기 가득찬 밥과 넘칠듯한 국 한 그릇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밥그릇의 절반을 차지할만큼 위로 봉긋하게 쌓인 밥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날이 새기 무섭게 부지런한 노부부의 일상은 다시 시작됩니다.

 

 

방송 소개글에서 두 분이 방을 따로 쓴다고 나왔는데, 1회 방송에서 그 이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방의 구조로 보니 사이에 문지방만 있지 한 방이나 다름없습니다.

주방이 있는 공간은 할머니의 방, TV가 있는 방은 할아버지의 방.

 

 

좁은 방에 놓인 물건들이 많아 이불 펴고 두 분이 다정하게 누으면 불편할 것입니다.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로 활동하는 공간에서 주무시는 것 같습니다.

 

부부가 각방을 쓰는 이유 + 한국인의 밥상 출연 영상  <-- 관련글 보러가기

 

'그대와 해로하고 싶어라'는 고향에 사시던 부모님을 많이 생각나게하는 방송이라 이렇게 그리운 화면들을 많이 담아봤습니다.

 

두 분 오래도록 변함없는 행복한 일상 보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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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