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봉례 여사의 행복한 일생] - MBC베스트극장 

535화. 2003-05-23.

 

연출: 최낙권

극본: 여은희

음악: 고성필

출연: 김영옥, 이혜은, 김세준

 

천봉례: 먹고 사는 데만 바빠가 너 아버지나 네나 웃을 줄도 모르고 살았다.

           니가 태어나니까네 웃을 일이 생기더라.

           방실방실, 니를 보마 내 삐가 다 녹았다.

           사람사는 재미가 이기구나 싶더마.

           지겹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천봉례: 천 날, 만 날 우리딸. 요래 꽃같은 얼굴만 보고 살다가 죽을꼬마.

 

천봉례: 호적에는 못 올려주갔다. 난중에 너그 진짜 엄마를 찾아야쟤.

           진짜 너그 엄마 찾았는데 호적 때문에 난리치면

           네를 욕바가지로 할 거 아니가.

 


 

슬프고 따뜻한 단편이다.

딸을 잃어버리고 30년을 애타게 찾아온 엄마와 외롭게 고아로 30년을 살아온 딸...

그들은 친자관계는 아니었으나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서로의 체온에 응어리진 마음을 녹여가기 시작한다.

 

탤런트 김영옥씨의 쓸쓸한 모습을 보며 연기의 깊이에 감탄하기보다

어떤 무엇으로도 복구할 수 없는 녹슬은 세월의 외로움에 가슴시려했다.

 

세월의 줄이 목숨을 떨어내는 날까지 묵묵히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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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