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방송된 KBS1TV 인간극장 '우리 엄마 늦복 터졌네' 1부를 보았습니다.

이날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게 된 이유는 바로 시인 김용택 님의 가족이 등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다보니 시인 김용택이라는 관심은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인간극장의 핵심인 삶의 이야기에 눈과 귀를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시인 김용택 님의 어머니 박덕성(87) 어르신은 18살에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로 시집을 왔습니다. 그리고 4남 2녀를 두었습니다. 남편이 손수 지은 집에서 평생을 살려고했지만, 퇴행성 대퇴부 관절염과 대관절 괴사를 겪으면서 전주에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2년 전부터 병원에서 생활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연세가 많아 수술이 불가능했는데, 통증이 찾아오면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것은 진통제 뿐이었던 것입니다.

 

 

시인 김용택 님의 아내 이은영(53) 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38세 노총각 김용택의 빛나는 눈동자에 빠져 사랑을 하게 되었고, 14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웃주민들이 큰 아들 용택이가 시를 쓰기 때문에 장가를 못간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시인의 어머니 박덕성 어르신은 넝쿨째 굴러온 꽃다운 며느리가 무척 고맙고 사랑스러웠다고 합니다.

 

 

가난한 집안에 맏며느리로 시집 온 젊은 아가씨 이은영은 김민세, 김민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섬진강가에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시인과 시인의 아내는 주름이 늘었으며, 시인 어머니의 팔팔하던 기운은 점점 쇠약해져갔습니다.

 

◆ 김용택 시인의 딸 김민해 (27)

 

평생 농사를 지어온 시인의 어머니는 맏아들 가족이 사는 전주의 아파트에서 잠시 지내다가 감기 기운을 느끼고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2년 전부터 통증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다보니 어머니는 이곳을 자신의 집이라 표현했는데, 30년을 함께 살아온 며느리 이은영(53) 씨는 이런 어머니의 말씀에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지루하고 무료한 요양병원 생활.

박덕성(87) 어르신은 아들과 며느리의 도움으로 한글을 조금씩 배우게 되었고,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바느질을 취미로 삼게 되었습니다.

 

 

며느리 이은영 씨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을 거의 매일 찾아오는데, 시어머니의 오랜 얘기들을 듣고 짧은 글(시)로 정리한 뒤 시어머니 박덕성 어르신이 손수 옮겨적도록 하면서 조금씩 글을 가르쳐드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시가 50편으로, 이 이야기는 '나는 참 늦복 터졌다'(2014)라는 책에도 담겼습니다.

1부 마지막에는 며느리가 공부를 가르쳐드리려고 하자 박덕성 어르신이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무리 며느리가 예쁘고 사랑스럽더라도 박덕성 어르신에게는 글을 쓰는 일이 싫고 귀찮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글 쓴 글과 그 과정에서 녹음한 내용을 보고 들으며 즐거워하는 가족들.

시인의 어머니가 쓴 글과 녹음 내용은, 집에서 함께 하고 싶지만 병원에 모실 수 밖에 없는 박덕성 어르신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머무르는 날이 드문 임실군 진뫼마을 김용택 시인의 생가.

김용택 시인의 아내 이은영 씨가 가끔 이곳에 들러 청소를 하며 집을 돌본다고 합니다.

 

( 이미지 및 내용 출처 : 인간극장 '우리 엄마 늦복 터졌네' )

 

김용택 시인에 대한 관심으로 기대하며 보았던 인간극장 '우리 엄마 늦복 터졌네' 1부는 가족과 인생을 돌아보는 값진 기회가 되었습니다.

짧은 인생.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다가, 사랑을 품에 안고 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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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남김없이